아닌데. 진짠데.

하은은 가느다란 눈으로 전단지를 째려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개를 휙휙 돌려 주변을 살폈지만, 지켜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게 정말로 기막힌 우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실험해 볼 만한 가치는 있을 것 같다.

하은은 의자에 등을 비스듬히 대고 전단지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거기엔 분명 이렇게 적혀 있었다.

S월드 동물원에서 사육사를 모집합니다.

면접은 24일 목요일 밤 10시까지.

자격 요건 전문 우리카지노사이트 사육사를 구하는 것은 아니므로 초보자도 환영. 인근 거주자는 더욱더 대환영.

급여는 상의 후 결정, 구직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줄 것을 약속함. 가불도 가능.

근무시간 자유 자유 시간 보장.

하은은 종이가 완전히 펴져 있는지 몇 번이고 확인한 후 저 문구들과 반짝거리는 미소를 짓고 있는 뱀도 추가해서 기억해 두었다. 그리고 서영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인센티브에 대해서 없잖아. 난 인센티브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인센티브

거기 하얀 블라우스 입은 학생

딴짓을 너무 대놓고 했던 건지 앞에서 수업하시던 교수님이 검지로 그녀를 가리켰다.

가슴이 뜨끔한 하은은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슬그머니 둘러보았다. 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죄다 시선이 이쪽으로 향해 있다.

이건 다 망할 전단지 때문이다. 젠장 젠장.

네 교수님.

아까부터 옆자리 사람하고도 말하고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고 이 문제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 많은 모양인데 나와서 증명해 보겠나

말끝을 올리긴 했으나 묻고 있는 게 아니었다. 하은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며 교수님이 풀고 있던 문제를 읽어보았다.

다행히 공부한 부분이었기에 앞으로 나가 교수님이 건네는 분필을 받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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